Monday, 22 October 2012

“문제의 베드신 4일 동안 찍었지만…”


조여정(32). 이 여배우의 성장이 가파르다.

연예계 대표 베이글녀가 10년만에 거머쥔 스크린 주연작 ‘방자전’은 그의 연기인생에 화려한 터닝 포인트가 됐다. ‘변신’이란 단어는 꼭 그럴 때 써먹으라고 생겨난 말 같았다.

그리고 2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인 ‘후궁:제왕의 첩’(김대승 감독). 조여정은 “’방자전‘이 변신이었다면 ’후궁‘은 성숙”이라고 표현했다.

6일 개봉한 영화 ‘후궁’은 사랑에 미치고, 복수에 미치고, 권력에 미치는, 미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세 사람의 비극적인 사랑과 운명을 그렸다. 지독한 궁에서 벌어지는 애욕의 정사(情事)와 광기의 정사(政事)가 기막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여정은 “찍어놓고 보니 결말이 아팠다”고 했다. 톡 하고 건드리면 금세 눈물 한방울을 떨어뜨릴 것 같은 표정. 새 영화 얘기를 하면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듯, 이따금 눈시울을 붉혔다. 김동욱(성원대군)과 벌인 ‘후궁’의 파격 엔딩신은 그에게도 안타까운 기억인 듯 보였다.

“성원대군이 불쌍해서 울었어요. 내게 헌신적이었던 사람을 그렇게 하고보니… 많이 미안했어요. ‘화연’에서 빠져나오니 연기할 때와는 너무 다른 감정이더라구요.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니 안 불쌍한 인물이 없었어요. 성원대군도 권유(김민준)도 너무 안됐더군요.”

조여정은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파란만장한 운명을 사는 ‘화연’으로 분했다. 사랑 때문에 후궁이 되어야 했고, 살기 위해 변해야만 했던 슬픈 운명의 여인, ‘방자전’의 춘향이 보다 몇 배는 어려웠음직한 역할이다.

“‘방자전’ 때와는 완전히 색깔이 다른 고민이었어요. 고민의 깊이부터가 달랐죠. ‘춘향이’는 알듯 말듯 발칙하고 소녀적인 느낌이었다면, ‘화연’은 인생의 파도에 대해 정면승부 하는 모습을 스트레이트로 보여준다는 것. 그런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지 못한 저로서는 끊임없이 상상하고 집중하는 것 밖엔 방법이 없더라고요.”

한 테이크가 끝나면 배우들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교류했다. 손동작 하나, 발걸음 하나에도 감정을 불어넣었다. 세밀한 내면연기를 위해 지난 넉달간을 철저히 ‘화연’으로 살았던 그는 “그래도 기분 좋은 스트레스였다”고 빙그레 웃는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첫 사랑이 5년 만에 입궁했을 때, ‘화연’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는 적잖은 고민이 뒤따랐다. 무엇보다 유일한 혈육 아버지를 잃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오열하는 장면은 상상하기도 힘든 신이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조여정이란 배우의 열정과 노력을 짐작할 수 있는 명장면에 속한다. ‘청춘의 덫’에서 심은하가 아이를 잃고 방바닥을 헤매면서 울부짖는 장면이 오버랩 됐다고 하자 “지금 그 얘기 듣고 소름 돋았어요. 너무 과분하고 감사한 말이에요”하며 눈가가 촉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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